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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한 물건을 만족하며 8년 정도 썼으면 간단하게나마 사용기는 써봐야지.

해피해킹 프로2의 가장 큰 장점은 무난함인거 같다. 체리도 갈축, 적축, 청축을 써봤지만 각각 개성이 있는만큼 장단점이 뚜렷한 것이 느껴졌는데, 해피해킹은 뚜렷이 느껴지는 장단점이 없다. 어떻게 보면 일반 맴브레인 키보드와 비슷하다고도 느껴질 수 있는 키감인데, 이게 정말 오묘하다.

사실 키감이라는 것을 글로 설명할 수는 없다. 도각도각 조약돌 굴러가는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이고, 처음 이 키보드를 쓸때 ‘이거 생각보다 별론데?’ 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이 키보드에 익숙해 진 후에 다른 키보드를 써보면 (특히 맴브레인) 말로 표현하기 힘든 거부감이 확 든다. 손이 더러워지는 느낌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기기 하부는 조금 불만이다. 플라스틱이고 하판이 없어서 특유의 소리와 감이 나오는거겠지만, 견고함과는 거리가 멀다. 손으로 비틀면 약간 비틀리는 정도이니… 이 키보드의 반값인 WASD 키보드를 썼을때 그 묵직함과 견고함은 참 좋더라.

키캡은 비싸고, 체리만큼 다양하지도 않다. 난 흑색 무각으로 처음 샀고, 노란색 무각 키캡을 추가 영입했으며 지금은 이베이에서 토프레 키캡을 쓰는 영상 편집용 키보드를 구해, 키만 추려서 쓰고 있다. 아 그리고, PBT 승화 키캡 한번 써보면 ABS 쓰기 힘들꺼다.

키 배열은 뭐라 말하기 힘들다. 왼쪽 컨트롤 키의 배치는 정말 환상적이지만, 8년을 썼는데도 방향키는 이게 더 나은건지 잘 모르겠다. 펑션 키를 조합으로 써야한다는 것과 방향키 때문에 게임을 하는 용도로는 조금 쓰기 힘들수도. 하지만 나는 그 누를 버튼 많은 와우도 이걸로 다 했다. 손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모든 키에 접근이 가능하다는건 매우 큰 장점.

이 녀석을 영입한 후 컴퓨터를 3번 바꿨다. 마우스는 4번 정도? 그 와중에 키보드는 항상 불변이었다.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녀석의 수명이 다 할때까지 내 책상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물건은 아직도 최신형이다. 후속작이 안나와서..ㅋㅋ 딱히 부러워 할 대상이 생기질 않는게 생각보다 큰 장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