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10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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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대한, 카메라에 대한 열정이 있던 적이 있었다.

바디에 줌렌즈 몇개, 단렌즈 몇개와 어안필터만 가지고 재미나게 찍고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군 입대를 앞두고 세트로 팔아 알콜 섭취 용도로 소비해 버렸지.

지금 생각해보면 DSLR의 가장 큰 단점은 역시나 부담감이다. 어딘가에 부담 없이 들고 다니지 못한다는 점, 사진을 찍기 위해 꺼내들었을때 내가 느끼는 묘한 부담감, 또 그 큰 바디를 들이댔을때 피사체가 느끼는 부담감. 사진기는 사진 찍으라고 있는 물건인데 들고 나가는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아이러니함.

DSLR, 혹은 렌즈 교환식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사정만 허락해준다면 생각했던 화각을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그 사정이라는건 주머니 사정이 될 수도, 렌즈들을 휴대하고 다닐 사정이 될 수도, 또 먼지 유입을 최소화하며 렌즈 교체를 할 수 있는 사정이 될 수도 있겠지. 근데 그런 사정이 항상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말인데, 나는 바디에 50mm f/1.8 단렌즈만 끼고 다녔던 기억이 가장 많다. 단렌즈가 주는 특유의 느낌, 여유로운 조리개값, 그나마 나은 휴대성과 적절한 수준의 화각. 발줌의 불편함도 렌즈를 주렁주렁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에 비할까?

미러리스가 답일수도 있다. 근데 난 와이파이도, 셀카모드도, 틸팅 액정도 필요 없다. 아니, 액정을 보며 사진 찍는 것 자체가 별로다. 뷰파인더가 좋지.

몇년전 내가 느꼈던 사진 찍는 즐거움을 어쩌면 X100s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필요하다 느꼈던 부분과 불편했던 부분을 잘 조율해서 농축해놓은 엑기스 같다. 그립다. 사진 찍고 싶다.